아내의 외도로 힘들어하는 결혼 10년차 남편

싸늘한 날씨에 비까지 오니 더더욱 우울한 분위기의 하루였습니다.

보통은 상담을 하기 몇일전에 예약을 하고 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오늘 오시는

의뢰인은 아침 일찍 연락이 오시어 급하게 방문을 하겠다고 하신 분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이나 특별한 업무가 아니라면 저는 이러한 경우에도 상담을 해드립니다.

이혼 문제로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의뢰인들의 급한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때문에

의뢰인이 편한 시간대에 맞춰 상담을 해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약속 된 시간에 맞춰서 40대의 남성 분이 오셨습니다. 추운데다가 비까지 내리는

날씨에도 급하고 불안한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오신 의뢰인께 먼저 따뜻한 차 한잔을

내드리며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의뢰인은 9년정도 연애를 한 후에 10년째 결혼생활을

하고 계신 5살 9살 두 아이의 아빠 입니다. 사업을 진행하다가 조금 일이 풀리지 않아

돈문제로 아내가 시댁식구들과 조금 틀어지는 일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얼마전부터

아내가 자신의 동창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어떻게 해야할지 하루하루를

불안함을 느끼며 고통속에 지내오시다가 제게 상담전화를 주셨다고 하셨습니다.

의뢰인은 자신이 아내를 금전적으로 힘들게 한 죄책감으로 아내의 외도를 어느정도

눈감아 주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기다리면 다시 돌아올 줄 알았던 아내가

돌아오지 않고 집에도 들어오지 않는 날이 늘어나자 이렇게 상담을 오시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어떤 방향으로든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이렇게 변호사사무실을 찾아오셨다고 하더군요.

의뢰인이 이미 아내의 상간남에 대해서도 너무 잘 알고 있던 상태였고 이것저것

수집해놓은 증거물들이 있어서 이혼소송을 진행함에 있어서 어려움이 없다고 하나하나

상담을 도와드렸습니다.

하지만 상담을 해본 결과 의뢰인은 이혼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너무도 괴로워 머뭇거리고

있으신 상태였습니다. 아직까지도 아내를 너무 사랑했고 이 현실이 믿기 싫었기 때문이죠.

이혼소송 변호사로서 이혼소송을 진행하거나 상담을 하다보면 이런 경우를 많이 보게 되지만

이럴 때마다 유책배우자에 대한 감정이 좋을 수는 없습니다.

법률적으로 누구보다 냉철하게 판단하여 의뢰인을 도와야하는 변호사지만 이런 감정들은 오랜기간 재판을 진행해와도 아직 적응이 안되더군요.

일단 의뢰인의 요청에 의해 이혼소송 진행을 잠시 미루기로 하고 다시 연락을 주고받기로

하였습니다. 이혼소송 변호사인 저로서는 이혼소송을 진행하자고 하는 것이 맞지만

항상 의뢰인의 의견을 먼저 중요시하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려드리게 되었습니다.

남자던 여자던 사랑하는 배우자와 가족들을 곁에 두고 다른 사람과 만남을 갖는 행동에

얼마나 큰 책임이 따르는 것인지 부디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의뢰인들에게 항상 행복한 결과를 가져다드리려고 노력하지만

성심성의껏 상담을 해드려도 오늘 오신 의뢰인처럼 축 처진 어깨를 펴드리지 못하는 날도

있기마련입니다.

소주 한잔이 몹시 그리워지는 저녁입니다.

이상 서유리 변호사의 리얼스토리 였습니다.